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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걸린 물고기

주문해서 해외에 사는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아들은 오랜만에 보는 한글책에 한껏 신이 났다. 여러권 온 책 중에서도 아들은 제일 먼저 이 “감기 걸린 물고기”를 픽해서 내 무릎으로 돌아왔다.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그리고 해외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도 와닿는 좋은 내용이었다. 아직 책 속의 깊은 뜻을 아들이 얼마나 받아들여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무릎 앞의 자신의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며 그 속의 뜻을 고개를 주억거리며 깨닫기를. 지금의 나처럼.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고? 감기 걸린 물고기 는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주인공은 배고픈 아귀와 알록달록한 물고기 떼입니다. 아귀는 물고기 떼를 잡아먹고 싶지만, 똘똘 뭉쳐 헤엄치는 녀석들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물고기들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궁리하던 아귀는 물풀 사이에 숨어 조그만 목소리로 소문을 냅니다. 얘들아~ 빨간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대~ 물고기가 감기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물고기 떼는 코웃음을 치지만 아귀는 그만두지 않습니다. 열이 나서 온몸이 빨개진 것이라고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이지요. 소문은 조심스럽게 무리 속을 파고듭니다. 그 뒤로는 물고기들의 입을 통해 점점 부풀려지고, 심각해지고, 확신을 불러오지요. 결국 우리한테 옮기 전에 당장 내쫓자! 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아귀는 입을 쩍 벌리고 기다리다가 쫓겨난 빨간물고기들을 날름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소문을 냅니다. 얘들아~ 노란물고기도 감기에 걸렸대. 그새 옮았다는구나. 라고요. 이제 물고기 떼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의심합니다. 다른 색깔 물고기들을 줄줄이 쫓아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