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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맛

그림의 맛

미리 말씀드리건대,저는 읽으면서 현대미술이 맛을 만나서 더욱 쉬워지고,요리가 미술을 만나 더욱 맛있어지는 마법을 경험했어요.먼저,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을 거예요.최지영 셰프님?작가님?아트다이너님!은요.정말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계시면서 감히 엄청난 필력과 풍부한 예술 지식까지 고루 갖추신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뉴욕에서 요리를 공부하고,경험을 쌓아신 후 한국에서 컨템포러리 퀴진이라고 지역의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한 건강식을 선보이셨어요.예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갤러리를 드나들면서 쌓으셨고,깔끔하고 수준높은 필력은 칼럼을 쓰시면서 쌓으셨답니다.지금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아트다이너!라는 특색있는 직업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시고 계십니다.그 동안 예술과 요리를 각각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결합과 접목을 기가막하기 시킨 것은 찾기 힘들었죠.글머리에서 저자는 작은 한상을 차리셨다고 표현하셨습니다.저는 이 작은 한상을 저자님의 바람대로 야무지게 즐겼다고 자부해요!사실 목차를 보고서는 한껏 쫄았어요.저는 미술의 미도 모르고,음식만 먹을 줄 알지 만드는 건 정말..젬병인 발손인데 목차에서 아티스트의 이름과...처음보는 개념들을 보고는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지요.하지만 이는 기우였습니다.풍성한 참고자료와 상세하고 쉬운 설명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쉽고 재미있게.그야말로 야무지게 한상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차근차근 제가 감명깊게 읽은 내용들을 살펴보면요,이태리 셰프 괄티에로 마르케시가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작품에 매료되어 그대로 그 감동을 표현한 요리가 있었으니,그것은 드리핑 디 쀄쉐입니다.간단한 레시피지만 뚝뚝 소스를 떨어뜨리는 드리핑 기법을 활용해서잭슨 폴록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내는가하면 존경의 의미인 오마주를 했다고 볼 수 있죠.우리의 저자는(저도 사랑하는)빅 샐러드 러버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오마주의 일환으로 오 마이 아보카도라는 샐러드를 만든 바 있다고 합니다.이렇게 작가가 직접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가 가미되니 에세이 읽는 느낌도 나고 더더욱 재미가 더해지더라구요.또 하나의 소소한 에피소드 중에 재밌었던 커리 이야기!저자는 유튜브를 통해 커리 만드는 법을 습득했고,한번은 이를 인도인 손님들에게 대접한 적이 있었는데 인도인들이 집에서 먹던 집밥맛!이라고 최고의 찬사를 날려준 이야기입니다.커리 좀 즐겨먹는 저로썬 한번 정말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만큼 침이 꼴깍 넘어가는 에피였지요:)생소하거나 몰랐던,처음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신기하다며 몇번이고 읽었다죠.그 예로,그림 속에서 부케를 본 적은 있지만 음식할 때도 부케가 사용되는 줄은 몰랏는데 각종 육수를 우릴 때,풍미,색감을 살아나게 할 때 부케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더라구요.또한 저자만의 기발하면서도 좋은 제안도 곳곳에 있습니다.예를 들면 한식 세계화 메뉴에 외국인들이 꺼려하는 신선로 같은 메뉴보다는 길거리에서 미국인의 입맛을 저격한 한국인 로이최 셰프가 만든 퓨전타코같은 메뉴가 더 효과적일 것이란 아이디어처럼 말이지요.길거리를 맛으로 평정한 쉐프 로이최가 있다면 예술계에도 길거리를 평정한 낙서의 신?뱅크시가 있습니다.이 부분이 꽤나 흥미로웠는데요,그도 그럴 것이 뱅크시에 얽힌 기상천외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뱅크시는 어느날 갑자기 주유소 벽 한 쪽에 홀연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후에 무려2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어 주유소 주인에게 횡재를 안겨준 사건도 있었고,몰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들어가 본인의 작품을 몰래 걸고 사라졌는데,관람객과 관계자들 모두 나중에서야 이를 알아챈 사건도 있었죠.최근,최현석이라는 스타쉐프는 종종 방송에서 분자요리를 선보이곤 했었죠.최솁의 팬이기도 한 저는 방송에서 봤을 때는 저게 무슨 기법인가 하고 눈을 휘둥그레 하고 시청한 적이 있는데 마침 책에서 다뤄주셨네요.핵심만 남기는 미니멀리즘을 뛰어넘어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영역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그 영역까지 쪼개고 또 쪼개어 아예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재구축하는 탈구축주의의 바람은 분자요리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로군요!가슴이 먹먹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그저 먹고 즐기기만 했던.눈 앞에 음식은 그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여겼던 제 자신을 반성하는 부분인데요 바로 식재료에 대한 이를테면 생명윤리를 다룬 부분이예요.대표적인 예로,푸아그라는 크기가 커야 값도 더욱 비싸지다 보니 거위에게 사료를 반복적으로 주입해 계속해서 간을 비대해지게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요.비단 식재료로 쓰이는 동물들 뿐 아니라,생명들은 미술의 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빔 델보예의 백설공주가 그 대표작이죠.흰 돼지 피부에 문신을 새겨넣음으로써 작품화시켰지만 사실 동물학대 비난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이에 우리나라의 아티스트 최선은,자홍빛 족자에서 마젠타 계열 컬러를 이용해 도살된 돼지들의 번호를 배우 작게 찍어내리기도 했죠.찰리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한 바 있는 것처럼,최선의 자홍빛 족자 또한,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컬러를 뿜어내는 수작이지만,가까이서보면 죽음의 번호들이 촘촘히 채워진 비극을 볼 수 있지요.결코 얇지 않은 이 한 권을 얼마나 단숨에 읽어내려갔는지...그만큼 너무나 흥미로워서,새로워서,재밌어서,입맛에 꼭 맞아서 빠져나오지 못햇더랬죠.읽기만 해도 배부르고 행복해지는 수북하면서 풍성한 한상차림,그림의 맛 리뷰였습니다! :)

셰프가 편애한 현대미술 크리에이티브

갤러리와 주방이 이토록 가깝다는 사실을 우리는 왜 미처 몰랐을까?

크리에이티브하고 난해한 현대미술이 ‘좀 먹어본’ 사람들을 위해 접시 위에 놓였다. 메뉴판에서 음식을 골라 먹듯이 현대미술의 이해라는 난관을 간단히 뛰어넘어 보자. 그림에도 맛이 있다. 먹어본 만큼 보이는 현대미술 이야기. 현대미술은 음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많은 작가들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어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이 책은 둘 간의 관계성을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서 헤쳐 본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맑고 투명한 콘소메를 만드는 방법이나 규격에 따른 채소 썰기의 이름들, 또는 파인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구성하는 방식처럼 고어메이에 관한 팁을 재미나게 읽을 것이다. 프랑스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5대 샤토 중 ‘샤토 무통 로칠드’를 다룬 꼭지가 흥미롭게 읽힐 테다. 로칠드 가문은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는 아티스트 라벨을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이다.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저 유명한 라벨들에 얽힌 얘기들도 들을 수 있다. 치즈의 세계가 궁금하지만 그 강렬한 향과 맛 때문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치즈 입문자들이라면 숙성기간을 기준으로 맞춤한 추천을 받을 수도 있겠다. 대다수의 사람은 먹을 줄 안다. 요리는 기술을 요할지언정, 먹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입에 맞는 것을 먹으면 즐겁다.

현대미술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책이다.

책을 내며

1부
마블링에서 잇 아트로―레이디 가가와 다니엘 스포에리가 선보인 고기들
셰프의 오마주―잭슨 폴록의 해물 요리와 하루키의 샐러드
헬스키친의 질서―프랜시스 베이컨의 카오스를 닮은 공간
도마 위의 극사실주의―론 뮤엑의 하이퍼리얼리즘과 요리사의 마세도인
집밥이 예술이야―수보드 굽타의 커리와 유튜브로 배운 커리
주방의 부케들―빅토리안 시대의 낭만
길바닥이 어때서―뱅크시의 낙서 예술과 푸드 트럭
읽어야 아는 맛―리처드 프린스의 텍스트 아트와 메뉴판
쌓아 올려야 제맛―아르망의 아상블라주와 카렘의 피에스몽테, 집적에 대한 유별난 기호와 재능
쇼핑 다녀오십니까?―뒤샹의 레디메이드와 레토르트 식품

2부
탈구축의 레시피―어리둥절한 컴바인 페인팅과 분자요리
생각하는 미식가―예술적인 돼지들과 구르망의 욕망
날로 먹는 즐거움―아르 브뤼와 로푸드
가난해서 아름다운―아르테 포베라 그리고 프리건
실존을 위한 커피―이방인을 위로해줘
와인을 좋아하는 예술적 이유―샤토 무통 로칠드와 아티스트 라벨
그림은 그림이고 치즈는 치즈다―백색화와 라브리크
탐식과 미식 사이―마그리트와 피터르 브뤼헐의 식도락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