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을 훑어보며 ‘막스 하벨라르’라는 공정무역 단체 이야기를 읽었다. 자신들이 재배한 커피값을 제대로 못 받고 중간 상인들에게 수탈당하고, 고리대금에 고통받는 멕시코 농부들을 위해 네덜란드 신부가 같이 일하며 투쟁하는 이야기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에게는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공통사회와 윤리과목에 나오듯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의 믿음은 순진한 믿음이었는지 의심이 가며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했었다. 그리고 공정무역에 대한 책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윤리적 소비가 무엇인지 되짚어 보였다.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에서는 두명의 네덜란드 사람인 프란스 판 데어 호프와 니코 로전이 공정무역 기업인 ‘막스하벨라르’를 세우는 이야기가 있었다. 막스 하벨라르는 물타툴리(Multatuli)가 쓴 유명한 소설의 주인공인데,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투쟁한 투사라고 한다.
막스 하벨라르 프로젝트의 기저에는 “우리는 당신들의 선물이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우리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한다면 우리는 도움없이 홀로 설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인디언 커피재배 농부들의 말이 있다. 신학적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커피 재배 농부들의 이런 주장은 내가 할 일의 핵심이었다. (p.39)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는 멕시코 오악사카 현에서 멕시코 원주민들과 같이 커피를 재배하며 열심히 커피를 재배해 놓고도 중간 상인(코요테)에 의해 형편없는 값을 받고 팔 뿐 아니라, 고리대에 시달리는 농부들을 도와준다. 특히 농부들이 정성들여 만든 커피를 제값 받고 팔기 위해 니코 로전과 같이 공정무역 브랜드인 ‘막스 하벨라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다.
다른 저자인 니코로전은 네덜란드에서 공정무역 브랜드를 런칭하는데 있었던 이야기들을 책에 써 놓았다.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인 ‘막스 하빌라르’를 런칭하기 위해 기존의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식품 대기업과의 치열했던 싸움이 있었지만, 결국 막스 하빌라르는 런칭 되었고, 사업을 다각화 하여 차와 코코아까지 수입하게 되었고,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막스 하벨라르이후로 시도한 분야는 바나나였다. 커피와 달리 브랜드의 선호도가 낮고,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바나나는 시작단계 부터 좌절을 겪는데 그것은 기존의 바나나를 수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면허비용이라는 제도 때문이었다. 많은 노력 끝에 바나나는 수입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오케 바나나’라는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바나나 수입을 통해 얼마나 기존 이익집단들의 카르텔이 심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집단을 이용하는지, 다국적 기업의 대형 바다나 플랜테이션으로 인해 얼마나 환경이 오염되는지 알게 되었다.
세번째로 시도된 분야는 의류였다. 공정무역 커피를 제공해서 경제적으로 나아진 오악사카현은 도시로 빠져나가는 젊은이들을 막기 위해 유기농 목화솜을 연구하고 멕시코 주민들은 스스로 오로 블랑코라는 회사를 만들어 ‘구이치’라는 브랜드를 런칭한다. 대출-생산-수확으로 상환-대출의 악순환을 깨고,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임금을 적정수준이상 제공하면서 여성들의 권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때로는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따뜻해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편한 신부의 삶을 포기하고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프란스 판 데어호프 신부나 제3세계의 제품을 유럽에 팔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니코로전을 보면 인류애가 무엇인지, 그리고 제 3세계 국가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그들을 통해 제 3세계의 국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제 3세계의 원조는 단지 돈에만 관련된 해결책이 아니라 그들을 주체에 놓고 그들이 원조과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난이란 무가치한 상태이므로 가난은 제거되어야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진국들의 ‘연대’이다. 그들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줌으로써 우리는 연대라는 가치에 더욱더 가까워 질 것이고 그들에게 희망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 는 수십 년간 라틴아메리카의 농부들과 함께 생활한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정 무역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삶의 구체적 현장에 대한 고민 없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없이 유토피아만 제시하는 지식인을 비판한다. 정치와 경제를 따로 보지 않은 그는, 국민의 부를 생성하는 경제 모델을 발전시키지 못한 공산주의의 무능력과, 사회를 건설하는 데 민주주의와 인권의 존중을 출발점으로 삼지 못한 공산주의의 또 다른 무능 탓에 공산주의가 붕괴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어떤 ‘주의’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철학을 강조한다.
또한 책은 공정 무역 제품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생산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으며 품질과 가격에 대한 기대도 충족시켜야 한다는 발전적인 자기 반성을 담아내며 노동운동을 억압하면 살아남기 위해 극단적인 길을 택하게 되지만 활동의 장을 마련해 주면 좀 더 느긋하게 점진적인 발전을 향해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저자들의 삶, 커피 재배 농부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공정 무역 제품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머리말
프롤로그 이루어져야 할 만남
1.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가 말하는 가난한 이들과의 생활
젖소의 젖을 짜다|전쟁 시기|규율과 엄격함|수도원|사제 서품|슬럼가|도망|비밀경찰|인간의 모습|상호주의|슬픔과 고통|접근할 수 없는 하느님|5년간 듣다|손에 박인 못|허가 서류|시장에서의 명칭
2. 니코 로전이 말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헌신
더는 필요 없는 프로젝트 지원|안전과 보호|권위에 도전하다|식민주의적 착취|참여연대를 따르게 하다|시급한 사회문제들|
3. 멕시코의 커피협동조합 농부들, 희망을 세우다
흙담|너무 낮은 커피 가격|채취하고 운반하고|문제점 목록|중간 거래 배제|화물차에 펑크를 내다|감옥|협동조합|자체 커피 공장|커다란 변화|학교와 위생|
4. 니코 로전이 말하는 막스 하벨라르, 소비자 모델의 모습을 띠다
잘못 계산된 규모|첫 번째 거절|무엇을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사는 것입니다|참여연대가 시장을 열 수 있을까|알베르트 헤인이 브랜드를 선택하다|제3세계 생산품 상점에 대한 의심|알베르트 헤인, 득실을 따진 뒤 기만하다|다우버 에흐베르츠의 새로운 반대 운동|구원의 전화|소비자들의 힘이 상점 인수에 이르다|소비자들의 힘이 돌파구를 내지는 못하다|건설적인 알베르트 헤인
5. 유럽 소비자를 위한 더 많은 공정 무역 제품 유럽은 시장이다
농민들의 조직|최저 가격의 보장|스위스에서 이룬 성공|취급 제품의 확대|독일의 독자 행보|어려운 유럽 협력
6. 오케 바나나, 정직과 녹색
화학적 과일, 바나나|다국적기업의 과잉 이윤|가격 구조의 불규칙성|유럽의 바나나 광대극|기분 나쁜 노동조합 상황|위험한 농약|생산자 회사|프랑스 편을 드는 네덜란드인|이야기는 끝났다|성공적인 출발|파나마운하에서 억류되다|소름 끼치는 사건|상식 이하의 새로운 유럽연합 규정|유럽의 진군|완전한 실패|정직한 과일 바구니|치키타와 돌의 대항
7. 구이치, 의류 산업의 새로운 수호자
중간 평가|의류 공장|생태학적 목화|흐히나 구익시|기성복화를 위한 더 넓은 네트워크|샌프란시스코 엘 알토의 의류 제조업자|마케팅의 어려움|우리는 고유한 전망을 발전시킨다|구이치의 구조|단계적 접근
8.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경험의 고찰
항의: 구조에 대한 성찰|제안: 점진적인 변화의 과정|시장가격: 비용에 대한 진실인가|경제적 원칙: 통합 원가 비용 계산|지속적인 시장|정부의 구실|시장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가|상인과 성직자|그렇다면 시장과 세계화를 거부해야 하는가|
에필로그 회고와 전망의 대화
옮긴이의 말
공정 무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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